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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14 2016. 10. 18 09:35:16 418 View
[Eco Column] 풍년이 즐거워지는 농업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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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이 즐거워지는 농업을 만들자!


김 용 화 

(하림재단/국장) 

 

  금년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더위가 추분까지 이어졌고 한로가 되어서야 가까스로 진정된 후 산야에 가을 색이 물들기 시작했다. 이맘때가 되면 은행나무는 어김없이 싹틔울 열매를 땅에 떨어뜨린다. 그런데 몇 해전만하더라도 맛이 좋은 탓에 우유팩에 넣어 전자레인지로 익혀먹을 만큼 냄새를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예전과 달리 줍는 이가 거의 없다.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탓인지 은행에 관심을 보이기는커녕 퀴퀴한 냄새 때문에 혐오스런 열매라 하여 멀리한다. 이처럼 은행은 결실의 계절을 나타내는 열매이나 실상은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다. 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언젠가부터 쌀의 재고 누적으로 보관료가 늘어나자 풍년이 될수록 천덕꾸러기가 된다. 금년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부 지방에서는 벼를 갈아엎으며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농민 모두가 벼 재배를 포기할 수만도 없다. 어려운 처지를 알면서도 원망하기보다 자연에 순응하듯 받아들이는 것이 농촌의 실상이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 도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5년 전체 곡물 자급률은 23.8%이고, 식량 자급율 역시 50.2%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에 풍년이 들면 쌀값이 하락하고, 소비가 줄어 수매량 때문에 농촌에서는 연례행사처럼 한바탕 곤혹을 치른다. 이미 고령화에다 노동 집약적 형태의 농업구조 때문에 농업생산성이 낮아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쉽사리 구조 개혁을 단행하기도 어렵다. 국내 농산물은 이런 이유로 수입산에 비해 항상 가격이 높다. 이유야 어떻든 계속해서 이런 환경이 유지되는 것은 개방화 시대에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에 비해 농업 부분이 많이 발전됐다고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는 일부 농자재 등에 국한된 이야기이고, 그 밖의 다른 구조적인 문제는 과거와 그다지 달라진 것이 별반 없다. 조방적 농업 형태인 수출국에 비해 노동 집약적 형태인 우리 농업은 생산성 면에서 불리한 여건으로 작용한다. 매년 수입량이 증가하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농업 개혁이 절대 필요하다고 주장하다가도 막상 구조개혁 앞에 이르면 용두사미가 되기 일쑤다. 자급자족 형 농업이라고 무조건 불리하다고 평가절하 할 일은 아니다. 먼저 품목 다변화, 브랜드화, 가공 등에 투자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구조로 전환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경쟁력이 갖추어진다. 

 

  2015년 말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논벼의 경우 1ha(3,000평) 재배 시 농가 당 평균 수입은 총 15,698,242원이다. 이마저도 50대는 26,400,564원, 70대는 8,895,371원으로 차이를 보여 70대는 50대에 비해 수입이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 농가당 순수익 면에서도 전국 평균은 4,770,488원이다. 국민 평균 소득 수준에 비하면 월등히 낮아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수준임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과거 농촌에서는 쌀 10섬만 생산하여도 그런 대로 먹고 살만 한 농가로 꼽혔다. 쌀 한 섬이 144kg이니 10섬은 1,440kg이다. 논 165.2㎡(50평)당 1가마(80kg)가 생산되고 있으니 3,305㎡(1,000평)의 논을 확보해야 10섬을 생산할 수 있다. 농지소유 상한선이었던 3정보(약 9,000평)가 당시에는 무척 부농처럼 여겨졌을지 모르나 소득과 순수익 면을 따져보면 현재는 이마저도 먹고 살기 어려운 규모에 해당된다. 

 

  이처럼 어려운 농업의 현실을 바라볼 때마다 1992년 할리우드 개봉작이었던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가 떠오른다. 이는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미개척지의 땅을 개발시키기 위해 땅을 불하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서부개척을 위해 선착순으로 1인당 160에이커(약 20만평)씩 나눠주고 5년간 경작하면 무상 불하, 적어도 6개월 이상 경작하면 에이커 당 1.25달러에 불하 받게 하는 것이 줄거리여서 오히려 ‘임자 없는 땅에 깃발 꽂기’로 더 잘 알려지기도 했다. 이 같은 발상의 전환으로 미국은 1889년부터 1934년까지 토지 불하를 줄기차게 밀어붙여 마침내 미국의 농업을 세계 최강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우리의 농업은 아직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농가 당 평균 경지면적이 1.3ha이고, 이마저도 1ha 이하 영세농이 약 57.9%를 차지한다. 영농종사자들도 50대가 46.7%, 60대가 24.2%, 40대가 18%, 70대가 5.7%, 30대 이하가 5.4%를 차지하여 고령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귀농자들이 농업에 신규로 뛰어들어 성공 신화를 써내고 있어 한 가닥 희망의 불씨를 살려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초기 투자비 과다, 마케팅 미숙, 현지 적응 애로, 영농기술 부재가 현지화 하는데 가장 큰 장애였다고 토로한다. 또한 영농조합법인이나 농업회사법인, 협동조합 등을 설립할 때에도 절차가 번거로워 접근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한다. ‘파앤드어웨이’ 영화처럼 우리도 농업을 살려내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먼저 농지은행과 같은 기관을 잘 활용하여 매년 늘어나는 귀농인들이 천석 또는 만석의 꿈을 이루도록 길을 터주어야 한다.

 

 

  

 

김용화 

-충북대학교 졸업 

-월간양계지 편집장 역임(1993-2004), 

-NS농수산홈쇼핑 근무(2005-2006) 

-한국자조금연구원 책임연구원(2008-2011)

-한국농식품직업전문학교 겸임교수(2013-2016)

-‘한맥문학’ 회원’(2001-)

-저서/시집 

*‘보고픈 얼굴 잊지도 못해 가슴에 남는다’

*‘추억이 있어 당신 곁에 머물고’

-월간양계 편집위원(2014-)

-하림재단(2006-)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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